신호가 없는 아파트 입구 횡단보도를 건넜다. 빨간 자전거 도로가 포개진 도보가 나타났다. 상념에 잠긴 채 행인이 걷는 라인을 따라 조금 더 걸었다. 이상한 감각이 들어 문득 보니 맞은편에는 노란 옷을 입고 노란 자전거를 탄 소녀가 다가오고 있었다.

살짝씩 비틀거리며 느릿한 속도로 오는 자전거 옆에는 한 아주머니가 소녀 방향으로 몸을 돌린 채 종종걸음으로 따라오고 있었다. 아주머니는 양팔을 크게 벌리고 있었다.

소녀는 다운증후군정확히는 모르지만을 겪고 있는 것 같았다. 어머니인지, 할머니인지 가늠되지 않지만 아주머니는 소녀가 넘어져 다칠까 노심초사하는 것이었다. 당연히 혹시 모를 사고로 행인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기 위함이기도 하고.

두 사람이 내 옆을 지나쳐갔고, 나는 정면을 주시하며 계속 걸었다. 자전거가 횡단보도 초입에 다가갔을 타이밍이 되었을 때. 자전거보다 몇 걸음 뒤쳐져 걸어오던 짙은 남색 정장을 입은 노신사가 빠르게 뛰어가기 시작했다. 나와 동일선상을 지나 칠 때즈음 노신사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 어 조심조심. 내가 잡을께”

갑자기 울컥하는 마음이 들어 눈시울이 붉어졌다. 평소에 어떤 마음으로 소녀를 보호하며 살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분들 인생의 무게를 감히 넘겨짚을 수는 없겠지만, 부모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으로 느끼는 동질감 때문이었던 것 같다. 거기에는 미처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안쓰러움이 더욱 깊게 서려 있겠지.

이기적인 생각일 수 있겠지만, 건강한 아이를 두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감사함을 느꼈다. 그리고 더 최선을 다하는 부모가 되자는 다짐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