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같은 경험 손으로 꾹꾹 누른 후 아크릴 형틀을 떼어내자 ‘자빠와 민포, 그리고 다행’이란 문구만이 현관문에 남았다. 파란 인테리어 필름 위에 흰색 글자가 매우 잘 어울렸다. 그리스 산토리니 건물 지붕처럼. 평소엔…
마법같은 경험
손으로 꾹꾹 누른 후 아크릴 형틀을 떼어내자 ‘자빠와 민포, 그리고 다행’이란 문구만이 현관문에 남았다. 파란 인테리어 필름 위에 흰색 글자가 매우 잘 어울렸다. 그리스 산토리니 건물 지붕처럼.
평소엔 밋밋했던 일상적인 공간을 이토록 순식간에 다른 분위기로 바꿀 수 있는 게 또 있을까 싶었다. 정말 마법 같은 순간이었다. 이제야 정말 우리 가족의 현관문이 된 것만 같았다.
원래 ‘리마인드 레터링’은…
반신반의하면서 테스트해본 ‘리마인드 레터링’은 간판/사인 업계에서는 ‘아크릴 스카시’라고 불리는 사인물이다. 그리 새로울 것도 없는 보편적인 사인물인데, 단지 이제는 제품화를 하려고 내가 이름을 붙였을 뿐이다.
‘리마인드 레터링’을 만드는 방법은 간단하다.
- 아크릴 뒷면에 양면테이프를 붙인다.
- 디자인 시안대로 레이저 커터를 이용해 글자 모양대로 아크릴을 절단한다.
- 분리된 글자를 아크릴 형틀에 모양대로 끼워 맞춘다.
- 글자가 다시 분리되지 않도록 종이테이프를 앞면에 붙인다.
아크릴 스카시는 상업 공간의 실내용으로 자주 사용되는 사인물이다. 브랜드나 메뉴명 따위를 표시하기 위해 벽면에 붙이는 용도이다. ‘이거 하나 붙였다고 분위기가 이렇게 달라지는구나’라고 평소에도 생각은 했었지만, 주거 공간에 붙여볼 생각은 하지 못했다.
발상의 전환이 된 계기
그랬던 내 생각을 확 바꾸게 된 계기가 있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제품 아이디어를 수집하던 중이었다. 화면을 스캔하듯 인스타그램 피드를 빠르게 스크롤하는데 눈을 사로잡는 사진에 손을 멈추었다.
익숙하게 봐왔던 아크릴 스카시였는데 기존 용도와 단지 달라진 건 내 친구와 함께라는 것(미안하다, 아재다.) 카페가 아닌 거실 벽면에 붙어 있었다는 것이었다.
장소가 달라진 것뿐이었는데 멋진 인테리어 포인트 소품이 된 것이다. 이럴 수가!
‘아크릴 스카시가 홈 사인(Home Sign)이 될 수도 있겠구나. 형태와 만드는 법이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떤 내용을 담고 어느 공간에 적용되느냐가 중요하구나!’
의지가 담긴 물건엔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다. 장인(匠人)의 제품이 비싼 건 그 이유 때문이다. 텍스트도 마찬가지다. 감정이 담긴 문구는 볼 때마다 곱씹게 하는 힘이 있다고 생각해왔다. 그 힘을 요즘 ‘리마인드 레터링’에서 다시 깨닫는 중이다.
리마인드 레터링을 정의하자면
‘리마인드 레터링’은 내가 만든 브랜드 이름이다. 이제 곧 상표 등록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상표 등록에는 적지 않은 금액이 들어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자 하려는 이유는 ‘그만큼 이 제품에 마음을 빼앗겼고, 다른 사람들의 마음 역시 빼앗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리마인드 레터링’은 단지 아크릴 스카시를 콕 찝어 지칭하는 브랜드명은 아니다. 지금은 아크릴을 레이저로 가공해 만들지만, 나중엔 어떤 소재와 가공 방법을 활용하더라도 상관없다.
실체화된 텍스트가 공간을 의미 있는 분위기로 만들 수만 있으면 된다. 중요한 가치를 수시로 떠올릴 수 있도록 트리거 역할을 하는 모든 제품군을 아우르는 브랜드로 만들고 싶다.
지금은 검증 받는 기간
물론 ‘리마인드 레터링’이란 브랜드를 아무 근거 없이 기대감만으로 만들지는 않았다. 나름의 검증 과정이 있었기 때문에 자신 있게 이름을 붙일 수 있었다.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7월 1일부터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에서 판매를 시작했다. 처음 스마트 스토어에 제품화해서 올렸을 땐 딱 하나만 검증받고 싶었다.
‘리마인드 레터링’을 통해 내가 느낀 마법 같은 순간을 다른 사람들도 느낄 수 있을까?
이거 단 하나였다. 결론은? ‘느낀다’였다. 그것도 꽤 확실히! 난 이 멋진 경험을 더 많은 사람들이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준비하고 있는 게 있는데, 이건 나중에 또 기회가 되었을 때 행복한 내용으로 이야기할 수 있으면 좋겠다. 이러다 ‘아 꿈이었어’란 주제로 이야기하는 건 아니겠지-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