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서 큰 자신감 없이 살던 때가 있었다. 그렇다고 지금은 자신감 만땅100%은 아니지만, 자존감이 바닥을 뚫고 지하실에서 상주할 때가 있었다.

그게 언제였더라? 28~29살2006년 정도였을까?에 홍대 놀이터 근처 고시원지금은 없어졌더라에서 살았을 때였던 것 같다. 어떻게든 돈을 벌어보려고 여기저기에서 미래 없이 뒹굴다가 연남동 툴상사간판 자재 판매상에 입사해서 일을 배우기 시작했었다.

하는 일도 잘 안 되는 것 같고, 나이는 30을 코앞에 두고 있는데 월급은 150만 원 정도밖에 받지 못했다. 당시에는 이 금액을 고정적으로 받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숨통이 트일 정도였다. 그리고 2~3년 동안 연애하던 여자 친구와 헤어지고, 매달리고 하는 심한 감정 소모로 지쳐있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내가 결혼이란 걸 해서 가정을 꾸릴 수 있을까?’란 생각을 꽤 자주 했었던 것 같다.

그로부터 약 15년이 지났다. 내 인생은 여러 이벤트를 거치면서 바뀌어갔다. 처음엔 특별한 일도 반복되면 일상이 된다. 감사함은 당연한 것이되고, 그렇게 쿵쾅거렸던 마음에도 평온함이 온다. 결혼하고 신혼집을 꾸렸던 첫날, 첫째 딸아이가 태어나서 빽빽 울던 날, 둘째 아들을 코로나 격리로 바로 못 보고 2주가 지나 봤을 때의 그 벅찬 기분… 이런 것들도 일상에 묻히면서 별생각 없이 지나게 되었다.

그렇게 무던해진 삶을 살던 44살의 내가 오늘 둘째 아들의 100일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아내님이 미리 주문한 100일 상을 세팅하고, 집에서 셀프 촬영을 했다. 한복이 잘 어울리는 애기를 보면서 여기보라고 박수치고 웃는 시간을 보냈다. 모든 촬영을 마치고 약간 찐 빠진 상태에서 SD카드를 리더기에 꽂았다. 그리고 라이트룸을 실행시켰다.

XT-30으로 촬영한 사진을 고르면서 ‘내가 이런 삶을 살게 되었구나’ 하는 생각을 새삼스럽게 하게 되었다. 찬찬히 생각해보니 어찌저찌해서 여기까지 와서 다행이다, 더 잘하자고 스스로를 다짐해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