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송도센트럴파크 풍경로그

돈이 되는 일은 아니지만, 계속 내 에너지를 끌어당기는 것들이 있다. 풍경을 기록하는 DMU 프로젝트가 여기에 속한다. 지난 마지막 업로드가 6월이었으니 벌써 4개월이 지났다.

그동안 ‘찍어야 되는데, 찍어야 되는데’라는 생각만 반복했었다. 하지만 정신적, 시간적 여유가 없어 계속 후순위로 밀리고 있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당장 돈이 안 되는 일이니까. 하지만 마음 한켠에서는 끊임없이 영상을 찍으러 가고 싶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얼마 전에 새로운 카메라후지필름 X-H2를 산 것을 계기로 어제 즉흥적으로 현장으로 나섰다. 바로 떠오른 장소는 집 근처에 있는 송도센트럴파크였다. 가깝고, 풍경도 좋았으니까.

유난히 밝을 때부터 떠 있던 달이 송도센트럴파크를 더욱 몽환스럽게 만들어 주었다.
해가 지기 전부터 달이 떠 있어 더욱 몽환적이었다.

일몰 시간대를 확인하고 하루 일정을 짰다. 오후 6시 8분이 일몰 시각이었다. 5시까지 업무를 보고 차를 몰아 송도센트럴파크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그때 시각이 5시 20분. 너무 늦게 왔나 싶었지만 그래도 찍어보기로 했다.

순간적인 감정이 닿는 시선을 담기 위해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리고 삼각대를 세우고 샷을 찍었다. 한 번 샷을 찍을 때 30초에서 1분가량 촬영을 하는데, 녹화 버튼을 누르고 잠시 기다리는 그 시간이 나는 너무 좋았다. 왠지 힐링되는 느낌! ‘이게 돈은 안되지만, 역시 가장 해방감을 느끼는 순간이야’ 그리고 지금의 선택이 화면에 어떻게 나올지 궁금함에서 느껴지는 가벼운 설레임이 있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같은 시간에 더 나은 구도가 있을 수도 있기에 어떻게 찍을지 항상 고민된다.

사실 현장을 미리 답사하면 이런 불안감과 위험요소를 현저히 줄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돈도 안되는 일에 그정도 노력과 시간을 들이는 선택을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다.

송도센트럴파크 둘러싼 건물중 셰라톤 호텔 건물 사진
주차장으로 가는 길에 마지막 배터리를 쥐어짜내어 찍은 사진. 송도센트럴파크는 큰 건축물에 둘러싸여 있어 색다른 느낌을 준다.

해가 저물어가는 골든아워를 만끽하며 1시간 30분 정도 촬영을 했다. 차에 타니 꽤 쌀쌀한 기온에 몸이 살짝 얼어있었다. 다음에는 더 두껍게 옷을 입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집으로 돌아왔다. 잠시 육아를 하고 애들이 잠든 11시경부터 바로 편집을 했다. 편집을 바로 한 이유는 오늘 하지 않으면 천년만년 묵힐게 뻔했기 때문이다. 이유는? 당연히 ‘돈이 안되니까’이다. 그래서 무조건 자기 전에 끝낸다는 각오로 편집을 했다.

사실 편집 자체는 별로 복잡하지 않다. 샷을 나열하고, 적당한 화면 전환 효과를 넣고, 내 느낌에 맞는 음악을 깔면 끝이다. 편집을 모두 마치고 나니 새벽 2시 30분이 되었다. 영상 추출까지 해야겠다고 생각해서 비행기 이륙 소리가 나는 노트북이럴때마다 M시리즈 맥북프로를 사고 싶어진다을 켜놓고 잠에 들었다.

오늘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영상을 확인했다. 너무 마음에 들었다. 올 가을이 가기 전에 추워지기 전에 몇 개를 더 만들어 보고 싶었다. 이로써 밤에 책을 읽거나 일을 할 때 백색 소음처럼 틀어놓을 또 하나의 내 작품이 완성되어 기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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