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업, 자기계발, 재테크 관련 책을 주로 읽는다. 서점에 가서 서성이는 코너 역시 같다. 26살 때부터 뭔가 달라져야겠다는 생각을 한 이후 물론 형편이 크게 나아지지 않은 건 안 비밀이다 🤫 서점에는 시간 날 때마다 들렀다.

처음으로 양장본을 샀던 게 뭐였나 생각해 보니 ‘반지의 제왕 1편’이었다. 반지의 제왕 1편을 못 본 상태에서 2편을 극장에서 봤는데 전율이 흘렀다. 그 이후부터 그 문화에 빠져들었다. 당시 겨울에 땅콩빵 팔면서 벌었던 아르바이트비가 짭짤해서 마음먹은 김에 샀었다. 양장본을 처음 사봤던 그 기분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내가 뭔가 해낸 느낌, 그리고 내가 고급 인간이 된 느낌착각.

그 이후로 가끔 양장본 책을 사곤 했는데 그 주제는 뭐였을까? 뭔가 권위를 주기 위한 목적이었다. 당연히 내용은 말도 안되게 어려웠다. 내 수준이 낮았겠지만, 분명한 건 번역이 엉망이었다. 나름 언어영역을 잘 했다는 자부심이 있어서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요즘에 서점에 가면, 꽤 쉬운 수준의 많은 책이 양장본으로 나온다. 그럼 옛날에 비해 현재 수준이 그만큼 올라온 것일까? 아니면, 그만큼 권위 있는 책이 더 많아진 걸까? 나는 아니라고 본다.

이 생각을 기반으로 출판사가 양장본을 내는 이유를 내가 문득 떠오른대로 기록해 본다.

  1. 있어빌리티SNS 발달로 함께 고도화된 허세가 생활이 된 SNS 기반 현재, 이와 같은 소비자의 욕구 맥락을 충족시켜주기 위해 출판사가 기민하게 움직였다.
  2. 국내 경기 불황과 인플레이션에 의한 돈 가치 하락으로 소비력이 줄어든 사람들에게 어필하기 위해서다.
  3. 인플레이션으로 어쩔 수 없이 오른 책값에 대한 당위성을 부여하기 위해서다. 나는 출판 업계 사람이 아니라서 양장본으로 만들었을 때 원가가 얼마나 차이 나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제품을 오랫동안 만들어서 납품해 온 사람으로서 어떤 메커니즘으로 제조업이 돌아가는지는 대략 안다고 자부한다. 사실 그런 구조가 업계마다 다르면 얼마다 다를까? 대동소이大同小異할 것으로 본다. 하지만, 지식의 보고귀중한 것을 두는 창고를 돈을 주고 살 만한 구매자의 수준상 더 큰 만족감을 주는 것은 분명하다. 곁가지로 빠지자면, 이 부분에 대해서도 양극화가 벌어질 것이다. 더 작은 판형의 저렴한 책을 구매하는 사람과 더 고급화된 판형과 구성의 책을 구매하는 사람으로 나뉠 것 같다.

이상이다. 분명 이유가 더 있었는데, 타이핑 하는 동안 까먹었다_-;; 나이 먹을수록 메모가 중요해지는 이유다. 잠깐 서점에 들러서 매대를 보다 번뜩 들었던 날것의 생각을 기록해 보았다.

끝!